내 치료도 새로 고침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저는, 가끔 “내 인생을 바꾸고 싶다”, “내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치료사들도 가끔 자신의 치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오던 치료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 글은 물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대학교 정재승 박사님의 책 “열두
발자국” 중 다섯번 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 고침 할 수 있을 까?” 를 읽고 영감을 받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책에 재미난 연구가 등장합니다. 쥐에게 4 가지 음식의 옵션을 주고, 원하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도록 하였습니다. 쥐가 10 번의 식사 동안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이후
식사에서 과연 같은 음식을 선택 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음식들을 선택 했을까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른 음식을 선택할거라 예측하실
겁니다. 같은 음식을 계속 섭취했을 때, 그로 인해 얻어지는 만족감이 줄어 들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같은 음식을 10 번 골랐을 때, 그
다음 식사에서도 같은 음식을 고를 확률이 80% 이상 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의사 결정시 사용하는 뇌의 두가지 영역인, 목표지향 영역과 습관
영역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다니엘 카네만의 “Thinking Fast and Slow (생각에 관한
생각)” 에 나오는 System 1 과 System 2 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표지향 영역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영역입니다. 선택 옵션들을 탐색
(exploration) 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죠. 습관 영역은 반복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미 선택해본 안정적인 옵션을 고르는 영역 입니다. 즉, 탐색 보다
기존 경험을 활용하는 (Exploitation) 방식 입니다.
우리 뇌는 습관 영역을 통해, 많은 일상적인 의사 결정에서 인지적인 노력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절약 합니다.
쥐 역시 의사결정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먹던걸 계속 먹은 겁니다 (습관 영역).
저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뽕, 그리고 탕수육 이외에 먹어본 음식이 없습니다. 또한,
지난 6 년간 자주가는 피자집에서는 두가지 피자 이외에 다른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저의 행동을 저의 여자친구는 극혐 합니다. 저는 자리에 착석하기도
전에 주문을 하거든요.
즉, 저는 음식 선택에 있어서 진폭이 아주 작은 사람입니다. 다른 피자에 대한 분석이나
고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탐색이란 있을 수 없죠. 저는 음식 선택에 있어 인지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결과를 항상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맛보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나 엄청난 진미를 놓칠 수 도 있습니다. 셰프 스페셜이 더
저렴한 가격에 있는 날인데, 그것도 모르고, 먹던 걸 먹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치료는 어떤 가요? 목표지향 영역을 활성화 시켜서, 최고의 치료 옵션들을
탐색하고, 내 앞에 계시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자주 사용하는 테크닉 몇 가지로 모든 환자를 치료 하려고 하시나요?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환자를 봅니다. 반복적인 임상 의사 결정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습관영역을 많이 활용하겠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진화해온 방식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오던 임상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임상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습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려 노력해보신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실
겁니다.
임상 경험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만의 습관이 빠르게 형성됩니다. 말씀드린 것 처럼
이를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목표지향 영역만을 활용해 모든 환자를
보려고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20% 정도 쯤은 열어 두는 치료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관절 치료를 위주로
해왔다면, 근육을 먼저 치료해 보는 겁니다. 도수치료 이후 운동 치료를 하는 습관을
갖고 계시다면, 운동 치료로 가끔은 먼저 시작해보는 겁니다.
매번 PAIVM (Passive Accessory Intervertebral Movements) 로 환자를 치료했다면,
일주일간 PPIVM (Passive Physiological Intervertebral Movements) 로 환자를 한번 치료해보는 겁니다.
어쩌면, 더 좋은 결과도 얻고, 틀에 박힌 본인의 치료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치료사라면, 목표지향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치료 가능한 옵션을
모두 나열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모든 환자에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흥미로운
케이스를 봤다면, 집에 돌아와서, 치료 가능 옵션을 모두 탐색해보는 겁니다. 각 치료
옵션의 장점과 단점도 정리해보고, 이 환자에게 각 치료옵션이 적용되는 이유도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하는 치료가 아닌, 논리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임상이 쌓이다 보면, 본인만의 습관이 형성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습관은, 적어도 탐색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겁니다.
남이 하라는 치료가 습관이 되고, 탐색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면 얼마나 억울해요! 유린기를 훨씬
좋아할 수 도 있는 사람인데 짜장면만 먹게 된 거에요. 유린기는 맛도 못보고.
저는 단 한번도 음식을 고르는 과정에서 머리가 아파본 적이 없고, 누구보다 빠르게
선택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짜장면, 짬뽕,
탕수육만 먹으면 머리 아플 일 없습니다. 유린기, 칠리새우, 동파육, 삼선누룽지, 양장피
등 수많은 메뉴를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그 날의 컨디션도
고려하면서 고르려고 한다면, 어렵습니다. 머리도 아프고요.
치료가 쉽다면!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내가 짜장면, 짬뽕, 탕수육만 먹고 있는 건 아닌지! 빨리 늘고 싶다고,
남이 주는 짜장면만 먹지 말고, 우리 모두 탐색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치료가 너무 어려워 좌절도 해보는 여유와 용기를 우리 모두 지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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